조정(Mediation) 제도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첫 국제협약인 Convention on International Settlement Agreements Resulting from Mediation (‘싱가포르 조정 협약’)에 우리나라가 서명했다. 싱가포르 조정 협약은 국제적 상사분쟁에 대한 조정 합의를 체약국에서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grational Trade Law)의 협약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46개국이 서명했다.
조정은 갈등 해결에 있어 제삼자인 조정자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중재(arbitration)와 비슷하지만, 조정자의 역할은 당사자들의 갈등 해결에 조언자 또는 자문의 역할만을 수행하며 최종 결정은 당사자들의 합의로 결정이 난다는 점에서 중재와 차이가 있다(중재의 경우, 당사자들이 중재자에게 갈등 해결의 전권을 위임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분쟁해결 방식이다). 특히, 대부분의 조정의 경우 법적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으로서의 활용도가 미비했다.
조정에 법적인 강제성이 없으니, 조정을 통한 합의 의무 불이행 시 ‘계약 위반’으로 국내 법원에 소를 제기해 법원 판결을 얻어내야만 합의 내용을 집행할 수 있었다. 혹은, 조정을 통한 합의에 중재자(arbitrator)의 서명을 얻어서 합의문이 중재판정의 효력을 가지게 한 후 New York Convention (‘뉴욕 협약’: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tion Awards) 비준국의 국내 법원을 통해 이 합의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하는 방법도 있긴 했다. 이렇게 까지 하는 회사는 본 적이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방법이긴 하다.
싱가포르 조정 협약은 중재판정(arbitral awards)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뉴욕 협약을 모델로 삼아 이루어졌다. 뉴욕 협약이 중재판정을 해당 비준국의 국내 법원을 통해 직접 집행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한다면, 싱가포르 조정 협약은 조정을 통한 국제 상업 합의를 해당 비준국의 국내 법원을 통해 직접 집행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게 된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조정을 통한 합의에 반드시 조정자(mediator)의 서명이나 조정을 통해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조정 협약이 조정을 통한 모든 합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협약 1.3조는 아래의 합의에는 협약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 개인적(혹은 소비자적) 혹은 가정/가사 목적으로 이루어진 계약상 분쟁에 대한 합의
- 법원 승인이 있거나 소송 과정에서 이루어진 합의
- 중재판정으로 기록/등록되거나 중재판정의 효력을 가지는 합의
싱가포르 협약이 법적 강제성이 있는 조정을 통한 분쟁 해결의 길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의 조정자가 서명을 회피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유의해야 한다.
단 한번도 조정을 분쟁해결 방식으로 정해본 적이 없는데, 조정을 위해 싱가포르로 출장 가는 날이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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