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은 굉장히 영적이고 또 인문학적인 분야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깊은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본인의 상처를 끄집어내어 인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 ‘치유’라는 것일 텐데 너무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가벼울지언정, 그 찰나의 가벼운 힐링이라도 필요한 것이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needs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리우 마마(Liu Mama)는 중국 동북부 지역에 있는 둥베이 시골에서 소규모로 농사는 짓는 평범한 농부다. 2015년 그녀의 사위가 재미 삼아 옥수수와 토마토 등 농작물을 수확하는 리우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게재했는데, 그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리우의 평범한 농촌생활을 보면서 힐링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에 힘입어 사위는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Kuaishou(콰이쇼우)에서 리우의 개인 계정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리우의 모습을 영상으로 올리기 시작한다. 2018년 리우의 팔로워 수는 무려 1,400만 명을 넘어섰고, 콰이쇼우에서 농촌생활 영상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만 약 100만 위안(약 1억 6천만 원)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힐링까지는 모르겠고, 재미있었다. 리무 마마가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게 되더라.
36년 전 브라질에 이민을 떠난 이찬재 할아버지는 미국 뉴욕에 있는 손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의 재능을 살려 그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손주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런데 일상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따뜻하기 그지없다. 손주들을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소박한 그림에서 뚝뚝 묻어나 보는 순간 눈물이 나기도 했다. 뉴욕에 있는 아들은 아버지의 그림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제 이찬재 할아버지의 그림 뒤에는 35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다. 할아버지의 그림에서 힐링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브라질과 한국에서는 지속적으로 그림 전시회가 열렸고, 최근에는 책도 출판되었다.
스푼 라디오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누구나 라디오 방송 DJ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스푼에는 Monthly Active User(한 달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가 백만 명 정도 되는데 2018년에 230억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9.5배나 성장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스푼 라디오 서비스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힐링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인터넷 라디오이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DJ들이 비슷한 상황과 처지의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소통의 충족을 느낀 회원들은 DJ들에게 아낌없이 (그야말로 아낌없이) 별풍선(회원들이 DJ에게 주는 기부금)을 쏴준다고 한다. 마음의 위로를 받은 것에 대해 지불하는 금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스푼 라디오 서비스는 이러한 힐링콘텐츠 개발을 위한 연구와 투자를 늘이고 있다.
나는 인스타를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광고를 구별하는 눈만 있다면, 꽤 만족스러운 정보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단 하나 정보 검색의 목적이 아닌 이유로 팔로우 하게 된 인스타 계정이 있는데, 바로 온도(On Do)님의 계정이다. 집순이시다. 소소한 집순이의 생활을 보고 있는데, 뭔가 맘에 든다. 계속 보고 싶다. 취향도 비슷하고, 어쩜 저리 손으로 하는 일을 다 이쁘게 잘하시지 하는 부러운 맘에 계속 보게 된다. 그렇게 후딱 30분, 한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뭔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신기하게도.
위에 게시한 예시들이 근본적인 힐링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치유는 반드시 존재 자체를 심도 있게 볼 수 있는 영적인 깊은 집중으로만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짧게나마 힐링이 되는 위의 사례 같은 힐링콘텐츠들이 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이 더 이상 강퍅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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