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찰리 채플린 감독의 영화 <The Kids>에 출연한 아역 배우가 한 명 있다. 재키 쿠건(Jackie Coogan)이라는 아역 배우였다. 당시 4살이었던 쿠건은 일약 스타가 되어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와 의붓아버지가 재키 쿠건의 수입을 멋대로 탕진했고, 쿠건은 23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를 고소한다. 그 고소를 통해 그가 되찾을 수 있었던 돈은 변변치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아역 배우 권리 법안인 Coogan Act(‘쿠건법’)을 통과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쿠건법에 의하여, 아역 배우의 수입 중 일정 금액은 계약 승인과 금융기관에 의한 신탁 관리하에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된다. 이 법은 부모가 자녀의 양육권을 가지지만 그 노동에 대한 수입을 임의대로 사용할 수 없음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자녀는 독립된 개인으로 간주한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쿠건법 외에도 캘리포니아에는 Child Actor Bill(아동배우법)도 있다. 이 법은 연령대에 따라 조명 노출 시간과 촬영 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해두고 있고, 아역 배우의 학습권을 보장하여 교육 감독 기관이 아역 배우의 학력을 검증하여 미달할 경우 제작자는 처벌을 받는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아역 배우가 많이 나오는 영화이고 동시에 노동법 규제를 많이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영국 노동법상 16세 이하 연기자는 하루 9시간 30분 이상 촬영장에 머물 수 없고, 그 중 3시간은 영화사가 고용한 교사와 함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미성년자 연예인은 법의 규제를 받는다. 우리나라 아이돌 ‘카라’의 강지영 씨는 일본 활동 당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노동 시간 규제를 받았다. 그래서 카라 콘서트임에도 강지영 씨가 빠진 채로 콘서트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한다.
며칠 전, 6살 자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부모가 (정확히는 그 부모가 운영하는 가족회사가) 강남에 몇십 억대 건물을 매입했다는 기사가 인터넷 뉴스를 도배했다. 요즘 안 그래도 유튜브 안 하는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 세상인데, 6살 아이가 유튜브로 몇십억을 벌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클릭을 부르는 기사인가…… 채널이 워낙 재미있나 보다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애테크' 기사가 이어서 쏟아지고 있다. 우리 애를 주인공으로 촬영해서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일명 애테크가 열풍이라고 한다.
적당히 합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온라인에 부모가 자녀 사진을 올리는 일에 대한 규제가 있다. 독일에서는 온라인에 자녀 사진을 공개한 부모에게 개인정보 설정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고, 프랑스에서는 자녀의 알몸 사진을 SNS에 올린 몇몇 부모에게 연락해 사진을 삭제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온라인에 자녀 사진을 올리는 Sharenting (셰어런팅: 공유(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로, SNS에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부모를 뜻한다)의 부작용으로 자녀가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였다.
너무 무서우니 아동 대상 범죄 얘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하고 싶지도 않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거나 주체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던 나이에 촬영되었던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부모의 SNS에 공유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우리 부모님이 내가 어릴 적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다 올려놓고, 나의 어릴 적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사람들이 다 봤을 것을 생각하면 나는 솔직히 조금 소름이 돋는다. 어찌되었든 저 사진 속 주인은 나인데, 나는 저 모습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이미 다들 보셨네?
앨범에 꽂아놓은 필름 사진 속 내 우스꽝 스러운 모습들을 보면서 부모님과 함께 깔깔거리며 웃던 기억은 참 행복했는데 말이다.
애테크라는 단어를 보고 흥분해서 여기까지 썼지만, 나도 아이를 낳으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몇만 장이든 찍을 것 같다.
하지만 단연코 SNS에 공개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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