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거의 모든 회사에서는 전직금지 약정서를 함께 체결한다. 그리고, 영업 관련 직급 높은 직원이나 개발 관련 연구원들의 이직 시에는 항상 이 전직금지 이슈가 따라오게 마련이다.
실제로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해보면, 사실상 제약이 많다. 특히나 이직한 전 직원이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음을 증명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이 드는 일이다. 꽤 평판이 좋으셨던 한 직원이 경쟁회사에 이직하고 나서, 가처분 소송을 위해 영업비밀을 침해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같이 일했던 직원들에게 증거 자료 수집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굉장히 껄끄러워하는 뭔가 말로 하기 애매하고 어색한 분위기이더라.
이처럼 전직금지 분쟁은 여러 가지 민감한 쟁점이 많아서 매우 어려운 소송이다. 법원이 전직금지 약정서를 문서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경우도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미국 항소심 법원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판결이 있었다. 미국 법원이 뉴욕 주 계약법에 따라 제약회사 연구원의 전직금지 약정을 해석하면서 일방적으로 사용자 위주로 작성되어 대상 종업원에게 포괄적인 경업금지 의무를 부과한 계약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한 미국 제약회사(“회사 B”)는 소아용 기침치료제 시럽(대표 제품명 Delsym)에 관한 특별한 제제기술(Pennkinetic system for controlled release of cough medication in liquid form)을 보유하고 있었다. 제제기술자 A씨는 회사B에서 위 기침시럽제 부분의 중요한 포지션에 근무하면서 관련 제제기술을 습득했다. 회사B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하여 A씨를 포함한 직원들과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경쟁사에 이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얼마 후 회사B를 떠나 경쟁관계에 있는 제약회사(“회사C”)로 전직하였다. 회사C는 A씨를 채용한 후에 회사B의 시럽 제품과 동일한 제제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였는데, 회사B의 오리지널 제품을 제외하고 경쟁회사가 출시한 첫 제품이었으며, 회사B 제품과 경쟁하면서 회사B의 시장을 심각하게 잠식하였다. 이에 회사B는 A씨가 회사C에 이직한 후 관련 업무에 종사하면서 자사의 시럽 formulation에 관한 영업비밀 기술정보를 누설하였다고 주장하고, 한편 A씨와 체결한 전직금지 약정을 위반하였다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A씨 측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전직금지 의무를 부과한 위 계약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퇴사 후 사용하지 말아야 할 기술정보의 범위도 너무 광범위하고, 경쟁사 전직금지 기간도 제한이 없는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secret or confidential information” included: “acquisition or merger negotiations or information, know-how, designs, formulas, processes, devices, machines, inventions, research or development projects, plans for future development, materials of a business nature, financial data, legal documents and records, trade secrets, processes, formula data, techniques, know-how, improvements, inventions, marketing plans, strategies, forecasts, pricing information, customer information, work procedures, personnel and labor relations information, product specifications, financial information, models, blueprints, drawings, vendor information, proprietary information of other persons that has been disclosed to the Company and any other information of a similar nature in a form or to the extent not available to the public.”
말 그대로 퇴사 후 본인의 지식과 업무 경험을 활용할 수 없고, 경쟁회사뿐만 아니라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이긴 하다.
뉴저지 항소심 법원은 뉴욕주법에 따르면 종업원의 업무가 “truly special, unique or extraordinary and not merely of high value to his employer”에만 경업금지 약정으로 보호될 수 있으며, 종업원이 정상적 업무과정에서 습득하는 일반적 지식까지 전직금지 약정으로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관련 법리를 판시하면서, 문제가 된 계약은 다음과 같은 문구, 즉 “materials of a business nature” and “work procedures”까지 포함하여 사용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대상자 종업원 A씨의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측면을 규율한 것으로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종업원이 일반적 업무 경험으로 취득하는 일반적 지식은 종업원의 인격과 분리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인격적 지식으로서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그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한 판례들이 많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형식적으로 유효한 전직금지 약정서의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고, 그 기간이나 범위 등을 법원의 판단에 의해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진행했었던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도, 회사 입장에서는 펄쩍 뛸 결과가 나왔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괘씸했겠지만, 그래도 일을 못하게 할 수 있겠나 싶었다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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