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판례 정보의 출처는 리걸타임즈임을 밝힙니다.)
삼성전자 전무가 국가핵심기술로 고시된 영업비밀 자료를 집으로 반출했으나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공부할 목적으로 집에 가져간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에 적용되는 중앙처리장치 등의 개발 · 생산 등을 담당하는 부서의 품질팀장으로 근무하던 이 씨는년 5~7월경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가 핵심기술로 고시된 기술이 담긴 자료 47개 등 총 68개의 영업비밀 자료를 3차례에 걸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5월경 회사에 병가를 신청하여 6월부터 8월까지 병가가 예정되어 있었던 이 씨는,병가를 앞두고 비서에게 지시하여 자신의 PC나 이메일에 첨부파일로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보안용지에 출력하도록 하고, 부하직원에게 스터디를 하자며 중요한 기술자료를 출력해 오도록 했다. 이후 정보보호지침에 규정된 승인절차를 밟지 않고 이 사건 기술자료를 임원용 차량에 실어 사업장 밖으로 반출하여 집에 가져다 놓았다. 병가 중에도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 중요한 기술자료가 포함된 이메일 출력물을 같은 방법으로 반출하여 집에 가져다 놓았으며, 그 이후 다시 사무실에 갔다가 임원용 차량을 타고 사업장 밖으로 나오던 중 출입문에서 정밀검색을 당하여 차량 안에 있던 자신의 가방에서 기술자료가 출력된 보안용지 31장이 발견되는 바람에 회사로부터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그 후 이 씨의 집을 압수 수색한 결과 이 사건 기술자료를 포함하여 2009년경부터 시작해서 보안용지에 출력된6,000여 장에 달하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이 씨의 집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씨는 재판에서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하여 공부할 목적으로 반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이직을 시도했던 점이나 헤드헌터와 접촉한 점은 의심스럽지만 월급 받고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으로서 언젠가 닥쳐올 퇴직의 시기를 대비하여 미리 헤드헌터와 친분을 쌓아 놓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이고, 피고인과 헤드헌터의 접촉이 1회의 만남 이후 계속되었다거나 이직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며, 피고인이 집에서 보관하고 있던 피해 회사의 자료가 이직을 위해서든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서든 제3자에게 건네 졌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집에 문서파쇄기를 사다 놓고 검토가 끝나 필요 없게 된 자료를 세단하여 폐기한 것을 보면 적어도 그 자료들이 피고인이나 피해 회사의 관련 임직원 외의 제3자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의식은 가지고 있었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자료가 출력된 보안용지의 유출행위가 특정 시점이나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피고인이 부정한 목적으로 기회를 엿보다가 보안이 허술한 틈을 타서 기술자료를 반출하였다고 의심할 수 있겠으나, 피고인이 사무실에서 출력한 자료를 집에 갖다 놓고 메모하면서 공부하고 필요 없게 된 자료를 문서파쇄기로 폐기하는 행위는 2009년경부터 시작되어 2016. 7. 적발 당시까지 꾸준히 계속되어 온 점에 비추어 이것이 반드시 이직에 사용할 목적으로 행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부정한 목적이나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반출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평소 자료를 출력하여 메모하면서 공부하거나 업무에 활용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기술자료 중 상당 부분에 피고인이 필기한 메모, 밑줄, 기호, 낙서 등이 적혀 있음이 확인된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이 집에서도 평소 습관대로 편하게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 재택근무지원시스템(RBS)의 화면으로 자료를 열람하는 대신 출력 정보가 남는 것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출력물의 형태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이와 같이 피해 회사에서의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학습 목적으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한 것이라면, 비록 피해 회사의 보안규칙상 학습 목적으로 이 사건 기술자료를 반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더라도 그 반출행위 자체로 인하여 곧바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경쟁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며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기술자료를 유출함으로써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의 점, 영업비밀 자료 유출로 인한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 씨는년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업무 목적으로만 쓰도록 회사에 등록한 자신의 신용카드와 부하 직원들의 신용카드로 유흥비를 결제하는 등 80차례에 걸쳐 7,800여만원의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도 기소되었는데, 이 부분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다.
개인적으로, 본 판결 내용을 읽으면서 회사 입장, 특히 사내 법무팀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했을지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학습 목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 자료를 (게다가 국가 핵심기술로 고시된 정보입니다 판사님) 정보보호지침에 규정된 승인절차를 밟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장소로 유출한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에는 그렇게 유별나게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고 오버하면서(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이행하고 적용하기에 과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중요한 기업 정보의 유출 행위를 ‘학습 목적’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무죄판결을 내리는 걸까.
피고의 학습 목적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보 유출을 막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고와 논리에 너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판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역시 법은 가끔 상식적이지 않다. 내 상식이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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