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연합이 미네르바 스쿨에 5,700만 달러(약 670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핀포인트-케이클라비스 에듀테크 유니콘 투자조합의 주도하에 카카오벤처스, 라이트하우스컴바인, 탄탄벤처스, ES인베스터가 참여했다.
교육은 인공지능(AI) 중요성이 강조되는 미래 시대에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특히, 이번 투자는 미래 교육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미네르바 프로젝트, 즉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에 출자해 향후 글로벌 AI교육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VC연합이 거금을 투자한 미네르바 스쿨은 어떤 학교일까?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이 창립한 미네르바스쿨은 대학계의 ‘스타트업’이라고도 불린다. 그의 대학 혁신 추진체 ‘미네르바 프로젝트’에 1억2000만달러(약1,400억 원)의 투자금이 모였고, 이 프로젝트가 미국 대학 연합체인 ‘KGI’의 인가를 받아 학교를 설립했다. 2014년 29명으로 첫 수업을 시작한 미네르바스쿨에는 매해 지원자가 늘었다. 2017년도 학생 모집에 70개국 출신 2만 3,000명이 지원했고, 합격률 1.9%로 하버드(4.6%) 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전체 학생 600명 중 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 수는 10명 정도라고 한다.
미네르바스쿨의 교육 혁신은 자체 개발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 ‘포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수업은 정원 20명 미만 소규모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지에 흩어진 학생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실시간으로 토론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한 곳에 모일 필요가 전혀 없다. 정해진 시간에 아무 데서나 온라인에 접속해 강의를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수업도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미리 준비해온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이다. 교수는 학생 의견을 즉시 취합해 피드백을 하고, 발표량이 적어 빨간색으로 표시된 학생에게는 추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모든 수업이 녹화돼 교수는 수업을 마친 후 다시 영상을 돌려 보며 자세한 피드백을 준다.
온라인 수업이라고 하면 소통이 잘 될 수 있을까 싶지만, 온라인 강의 플랫폼 ‘포럼’은 수업에서 발언을 많이 한 학생과 적게 한 학생을 소프트웨어가 자동 구분하는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을 미리 파악해서 수업 참여와 발표, 활동 등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당연히, 모든 시험과 과제는 오픈북 형태로 이뤄진다. 이미 현실 세상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검색이 일상화됐는데 굳이 암기형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학생들은 4년 동안 세계 7개 도시로 흩어져 공부해야 한다. 1학년에는 대학 본부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고, 2학년부터는 3~6개월마다 국가를 이동한다. 2학년 때는 독일이나 아르헨티나, 3학년 때는 인도나 한국, 4학년 때는 이스라엘이나 영국 등으로 이동하며 기숙사 생활을 한다. 활발한 7개의 도시에서 생활함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인간의 복잡성과 깊이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수업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학교와 연계된 기업인 아마존, 우버, 애플 등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비영리 단체·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현장 경험을 쌓게 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서울 용산구 이태원 부근에 기숙사가 있으며, 카카오 등에서 인턴십 기회가 있다. 수업 자체보다는 경험 전체를 중요시하는 미네르바스쿨의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1학년 때부터 실제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회사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춘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지난 2007년 방한해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허비한다”라고 지적했다. 2007년 이후 약 12년이 지났지만, 지금 토플러가 재방문해도 똑같은 지적을 할 것 같다.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과 지금 우리가 ‘교육’이라고 불러드리고 있는 공교육의 효과(?) 사이의 그 엄청난 간극은 미네르바 프로젝트와 같은 시도를 통해 어떻게든 좁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네르바 스쿨의 상징인 15분 강의와 토론을 결합한 수업방식부터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온라인 강의는 회당 25분을 넘겨야만 한다는 교육부 지침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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