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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판례 이야기

삽자루의 전속계약 위반 판례, 씁쓸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본 판례 내용은 리걸타임즈의 아래 기사를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http://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462

 

삽자루라는 유명한 스타 인강 강사와 인터넷 강의업체(이투스) 간에 전속계약 위반 관련 소송이 지난달 말 대법원 판결로 결론이 났다. 결론은 인터넷 강의업체의 승리. 개인적으로 1심이 진행되던 시기에 해당 소송 내용을 접하고 그 결론이 궁금했었는데 기대하고 바랬던 결과와는 꽤 다른 판결에 마음이 씁쓸하긴 하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접근해보면 또 이해가 가는 판결이기도 하다.

 

이투스는 '삽자루' 강의로 유명한 A씨에게 2012년과 2014년 각각 20억 원과 5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2020년까지 동영상 강의를 독점으로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씨는 2015년 5월 "이투스 측이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댓글 홍보·검색순위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어겼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씨는 댓글 조작 행위를 하는 학원이나 강사를 밝혀내 시정을 요구하거나 형사고발을 하는 한편 댓글 조작 행위의 근절에 뜻을 같이하는 강사들을 중심으로 '클린인강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인터넷 강의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으며, 이투스에게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할 때도 이투스의 댓글 조작 행위를 문제 삼았다. A씨는 재판에서 "이투스의 댓글 조작 행위는 전속계약에 따른 이투스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거나, 전속계약의 존속을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전속계약 체결 당시, 이투스의 댓글 조작행위의 금지를 계약 체결의 당연한 전제로 삼았는가?’ 이것을 증명해 내는 일이었.  

 

A씨는 1심과 2, 그리고 대법원까지의 모든 변론 기회를 합쳐서 댓글 조작 행위가 계약해지의 전제임이 구두로 혹은 묵시적으로 합의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투스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 행위와 이투스의 대표가 댓글 조작 행위에 연루되어 있음을 증언해주는 주요한 증인을 확보하여 충분한 증인신문의 기회도 가졌고, 법정 대리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 법정에서 PPT로 발언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않기 위해(변호사팀의 특훈이 있었을 거다) 이투스의 불법 댓글 알바 행위 고발이 아닌, 불법 댓글 행위와 전속계약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열정적으로 댓글 조작행위 금지가 계약 체결의 전제였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A씨 본인이 누구보다도 불법 댓글 타파를 위해 뛰어왔고 자신이 불법댓글 행위를 하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지속해 나가는 것이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은 업계 내에서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임을 법정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러나 이투스 측의 변론은 간단했다. 전속계약을 맺을 당시불법 댓글 알바 행위를 하지 않고 만약에 이를 적발하게 된다면 계약을 해지한다라는 구두 약정이 있었다는 것은 A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며, 설령 그런 약정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계약서에 명문화돼 있지 않은 만큼 이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이 사건 본질은 불법 댓글 작업이 아닌 이투스로부터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독점 계약을 체결한 A씨가 경쟁 학원과의 사전 협의 아래 전속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는 것이다.

 

감정적으로는 A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고, 이투스의 댓글 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소송의 본질, 계약의 본질, 계약위반 행위의 본질로 돌아가면 법원의 판단에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계약에 명시된 약속은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하며, 계약의 파기는 언제나 심히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 드라마는 법원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최대한 감정의 간섭을 배제하고 법 원칙을 지키기 위한 날카로운 기준을 세우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 

 

그러니, 구두로 뭔가를 합의하거나 열 받는다고 계약 파기하지 마세요 제발.

 

대법원은 한편,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이투스의 댓글 조작 행위를 인정하며 A씨의 전속계약 위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원심이 판정한 손해배상액의 금액을 하향 조정하였다.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 조항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적용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을 반하는 정도이니 배상액을 줄여준 것이다.  

 

하지만 이게 A씨에게 위로가 될까 싶다. 

 

그 길을 가겠다고 선택했으면 외롭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한번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나.

 

출처: https://t.jayoo.org/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