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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고 넓은 상식은 필수

제2의 인생, 임금피크제만으로는 부족하겠죠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에 따라 기업이 직원을 더 오래 고용하는 대신 장기 근속자의 임금을 낮추고 그 여력으로 신규 취업자를 고용하자는 취지의 고용연장 시스템이다. 한정된 인건비로 정년연장과 신규채용 두 마리 토끼를 취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임금을 낮추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사 합의의 어려움, 고령자 적합 직무 직종 개발의 어려움, 노조의 반대, 임금피크제의 비실효성 등의 이유로 2016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도 보편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의 유형과 요건 및 지원 사항은 아래와 같다(노재철, 2015).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임금피크제와 같은 시스템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가 일본과 다른 점은, 일본이 고령노동력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인건비 절감의 차원이 크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에 대한 반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내 기업의 임금피크제는 고령화에 대비한 제도라는 의미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활용되는 듯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고령 인력 활용 정책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째, 60세 이상의 고령 인력을 활용할 때 우수 인재를 선별하여 활용한다는 점. 둘 째, 고용 창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점. 셋 째, 고령 근로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하게 할 방법을 기업 스스로 찾는 점. 즉, 일본 기업은 고령 인력에 대해서도 청장년 인력과 차별을 두지 않고 오로지근로자’라는 본질에만 집중하며 이로 인해 고령 인력 정책에서 편견이나 선입견이 거의 개입되지 않는 편이다.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때 한국의 기업들은 고령 인력을 저성과(low performance) 집단으로 간주하여 명예퇴직이나 정리 해고 시 고령 인력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데, 2026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초고령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1% 이상인 사회이다. 2017년 말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14.2%인 반면 0~14세 비율은 13.1%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15세 미만 유년 인구보다 많은 소위 가분수 사회가 현실이 된 것이다. 대법원은 올해 2월 육체노동 정년을 만 65세로 올렸다. 1989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올린 뒤 30년만의 일이다.

 

저명한 우리나라의 한 생물학자는 이러한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50세 전후로 제1인생(번식기)을 마감하고 제2인생(번식후기)을 새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두 번 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번식기라니, 생물학자다운 표현이다. 그는 임금피크제의 혁신적인 도입을 지지하며 중장년이 되어도 연금에 기대지 말고 내가 벌어서 쓰는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고, 임금이 큰 폭으로 낮춰지더라도 일자리를 계속해서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제시하는 임금피크제를 공부해 봐야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곧 번식후기에 진입하게 될 한 사람으로서 제2인생을 더욱 현명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나 싶다. 번식기에는 현명하게 살지 못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