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홍콩 행정 장관이 홍콩 정부가 추진하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의 완전 폐기를 선언했다. 법안의 폐기뿐만 아니라 입법회에서 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송환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홍콩 시민들은 이러한 송환법이 인권 운동가, 반정부, 반체제 인사 등을 중국 본토로 보내는 정치적 송환법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송환법은 홍콩 주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홍콩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모두 적용되게 된다. 즉 사업차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단순히 홍콩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홍콩에서 경범죄 처분만 받더라도 중국 본토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에서 재판 이라니.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왜 홍콩 정부는 그렇게 강경하게 밀어붙이던 송환법을 포기한 것일까?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 받을 때 2047년까지 홍콩의 정치·입법·사법 체제의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일국양제’ 하에서 홍콩은 국제 상업도시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홍콩이 중국 본토와 전혀 다른 정치, 경제, 사법 체제를 갖춘 특별 행정구역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홍콩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 5년 전인 1992년, 미국과 홍콩 간에 관계를 규율하는 U.S.-Hong Kong Policy Act(미국-홍콩 정책법)이 발효되었다. 미국은 이 법에 따라 홍콩을 정치, 사법, 교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본토의 중국과 완전히 다른 별개 지역으로 간주하고 '특별 우대' 혜택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번 송환법이 추진됨과 동시에 미국은 미국-홍콩 정책법의 수정법안을 발의한다.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점검해 미국이 부여한 특별 대우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보고하도록 하고, 만약 특별 대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취소하고 중국 본토와 동일하게 관세를 때리거나 전략적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다양한 제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송환법이 발의되면 홍콩이 미국-홍콩 정책법을 통해 누려오던 모든 특수 대우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폐기를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중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어찌되었건 홍콩은 아직까지도 중국에 외국 자본이 들어올 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중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두 Strong Man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뉴스가 나는 참 재미있다. 결국 홍콩의 송환법도 두 남자의 이야기였고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 이야기였다.
일단은 송환법이 폐기되었다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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